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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아기 장애인들이 시설에 가지 않고 가족이랑 행복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날짜 : 2022.04.07
저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문석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전라도 나주에서 태어난지 4개월만에 암사재활원에 1992년 11월 7일에 맡겨져서 2017년 5월에 탈시설했습니다. 저는 시설에 맡겨졌다는 것이 굉장히 큰 상처였습니다. 20살 때 엄마를 만나서 들어보니, 부모님이 아파서 저를 시설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형제들 중에 저만 시설에 보내졌습니다. 저의 비장애인 누나와 동생은 고아원 같은 시설에 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왜 나는 가족들이랑 살지 못하는지 궁금했고 너무 슬펐습니다. 저는 장애인이어서 시설에 맡겨진 것이었습니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설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단체생활이었습니다. 내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혼나는 것이 솔직히 억울했습니다. 옛날에는 옷을 섞어 입는 경우도 많아서 어떤 것이 내 옷인지 몰라서 속상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소리 지르면서 반항도 했지만 선생님이 듣지도 않고, 때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시설에서 나온 이유는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곳에서 사는 것이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설을 나오는게 낯설기도 했습니다.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와서 어떤 삶을 살게 될 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제가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시설에서 같이 살았던 어린 동생이 탈시설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시설을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싶었습니다.



탈시설 하겠다고 말했을 때,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했습니다. 혹여라도 제가 잘못될까 봐서요. 걱정 안 끼치고 잘 살겠다고 계속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제가 스무살에 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 엄마가 시설에 보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서 마음이 많이 풀렸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님은 저를 키워주지 않았는데, 왜 탈시설할 때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한지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시설에 들어가지 않게 해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탈시설을 이야기 하면서 시설을 닫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설을 닫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더이상 시설에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시설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저는 특히 미래의 아기 장애인들이 시설에 가지 않고 가족이랑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살고 있던 시설에 다녀왔습니다. 그 곳의 선생님이 물어보셨어요. 어떻게 하면 휠체어 탄 사람, 의사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도 탈시설 할 수 있냐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누구나 다 시설에서 나와서 살 수 있습니다. 충분한 활동지원, 일자리, 집, 마음을 나눌 동료들이 있다면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탈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발달장애인들은 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우리가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시설에서 나와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세요.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탈시설 해서 못 살면 어떻게 하냐고 합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도 다 잘 사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도 지역에서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시설에서 나와 사는 것이 힘들고 지쳐도, 시설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 4월 7일 국회 소통관에서 문석영,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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