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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날짜 : 2023.06.14
첨부파일 : 오체투지.jpg (172.43 KB)
지금, 용산역 앞에서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오체투지 출정식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부모님들을 향한 경인활동가의 메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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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연대 오체투지투쟁 연대 발언문 _박경인
안녕하세요. 저는 전국 탈시설 연대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피플퍼스트 서울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는 박경인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미혼모시설에서 태어나 23살이 될 때까지 쭉 시설에서 살았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엄마를 찾으러 다녔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헤어진 가족 찾기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작년에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엄마를 찾았는데, 그쪽에서 나를 찾는 걸 원하지 않아서 연락처를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너무 속상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 내 인생이 있고 엄마의 인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내가 엄마 인생을 망가트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내가 짐이 될까봐 부담이 되어서 거절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근데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엄마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거에 감사해요. 이제 나한테 미안해하는 마음을 갖지 말아요. 저는 잘 살고 있기 때문에 엄마 인생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서로 각자 살다가 가끔 얼굴 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를 찾았던 겁니다. 엄마의 얼굴을 모르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엄마는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나를 사랑은 했었을까. 마음이 아팠을까. 나를 보내는 심정은 어땠을까. 나를 떼어놓고 가는 마음을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 같아도 만약 고등학교 때 아이를 가졌다면 그 환경에서는 아이를 놓고 갈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버려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장애아이라면 더 많이 버려지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녀의 목숨을 빼앗고 자기 목숨을 던지는 일이 일어날 때마다 무섭기도 슬프기도 합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자꾸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부모님들이 나서서 투쟁하셨고, 그래서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제도와 환경이 조금씩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없더라도, 우리가 자립해서 살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짐이 되어서가 아니라, 자립이 우리의 권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립해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엄마 없어도 잘 살 수 있을 거예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룹홈을 나와 자립하고, 피플퍼스트에서 동료들과 함께 활동하고, 또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위원장이 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직업이 생기고, 책임감이 생기고, 주변 친구들과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 사회에 내 자리, 내 위치가 분명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는 죽으려고도 생각했는데 이제는 살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하게 듭니다. 내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저희 동료 ‘동호’를 보내고 나서,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그때 이 많은 동료들이 슬퍼한다는 걸 보았습니다. 나도 이 사람들 중에 한 명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연대 부모님들. 지치시죠? 힘들죠? 저희를 키우느라 고생하셨죠?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을 못 할 뿐입니다. 힘들다고 같이 죽으려 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보내지도 말고 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서비스가 잘 만들어져서 우리가 스스로 그 서비스를 찾아서 부모가 없더라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가 아니라, 국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제도가 발전해서 우리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모와 자녀들이 서로의 동료로서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는 게 저희 피플퍼스트 활동가들의 바람입니다.
앞으로는 시설에 살고있는, 저처럼 부모님이 안 계신 사람들을 위해서도 함께 힘을 써주세요. 저는 무연고자로 이사회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늘 소외감이 있고 외로웠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저의 보호자였습니다. 지금은 시설에서 나와 한 시민으로 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제도가 잘 만들어지고 서비스가 잘 만들어진다면 더 이상 버려지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질 거 같습니다. 그래서 시설이 존재하지 않아도 이 세상이 굴러가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은, 성인으로 대우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뭘 할 때 저에게 부모님이나 보호자를 요구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아닌, 그냥 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대하는 세상이 올 때까지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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