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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반대하는사람들에게
날짜 : 2022.04.07
첨부파일 : 2022-04-07-01.jpg (153.77 KB)
오늘 석영이 탈시설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했습니다.

"탈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발달장애인들은 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우리가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시설에서 나와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세요.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탈시설 해서 못 살면 어떻게 하냐고 합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도 다 잘 사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도 지역에서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시설에서 나와 사는 것이 힘들고 지쳐도, 시설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국회 복지위에서 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 공청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공청회에는 탈시설 당사자나 탈시설 당사자의 가족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없기에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위에 인용한 문장은 오늘 발언자인 탈시설 당사자이자 피플퍼스트(발달장애당사자 자조모임) 서울센터 동료지원가 문석영 님의 발언 일부입니다. 저 역시 탈시설 발달장애인의 가족이자 동거인으로서 발언했습니다. 문석영 님의 발언, 그리고 저의 발언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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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영 피플퍼스트 동료지원가 발언문입니다.
저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문석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전라도 나주에서 태어난지 4개월만에 암사재활원에 1992년 11월 7일에 맡겨져서 2017년 5월에 탈시설했습니다. 저는 시설에 맡겨졌다는 것이 굉장히 큰 상처였습니다. 20살 때 엄마를 만나서 들어보니, 부모님이 아파서 저를 시설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형제들 중에 저만 시설에 보내졌습니다. 저의 비장애인 누나와 동생은 고아원 같은 시설에 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왜 나는 가족들이랑 살지 못하는지 궁금했고 너무 슬펐습니다. 저는 장애인이어서 시설에 맡겨진 것이었습니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설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단체생활이었습니다. 내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혼나는 것이 솔직히 억울했습니다. 옛날에는 옷을 섞어 입는 경우도 많아서 어떤 것이 내 옷인지 몰라서 속상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소리 지르면서 반항도 했지만 선생님이 듣지도 않고, 때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시설에서 나온 이유는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곳에서 사는 것이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설을 나오는게 낯설기도 했습니다.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와서 어떤 삶을 살게 될 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제가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시설에서 같이 살았던 어린 동생이 탈시설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시설을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싶었습니다.
탈시설 하겠다고 말했을 때,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했습니다. 혹여라도 제가 잘못될까 봐서요. 걱정 안 끼치고 잘 살겠다고 계속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제가 스무살에 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 엄마가 시설에 보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서 마음이 많이 풀렸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님은 저를 키워주지 않았는데, 왜 탈시설할 때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한지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시설에 들어가지 않게 해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탈시설을 이야기 하면서 시설을 닫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설을 닫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더이상 시설에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시설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저는 특히 미래의 아기 장애인들이 시설에 가지 않고 가족이랑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살고 있던 시설에 다녀왔습니다. 그 곳의 선생님이 물어보셨어요. 어떻게 하면 휠체어 탄 사람, 의사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도 탈시설 할 수 있냐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누구나 다 시설에서 나와서 살 수 있습니다. 충분한 활동지원, 일자리, 집, 마음을 나눌 동료들이 있다면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탈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발달장애인들은 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우리가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시설에서 나와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세요.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탈시설 해서 못 살면 어떻게 하냐고 합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도 다 잘 사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도 지역에서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시설에서 나와 사는 것이 힘들고 지쳐도, 시설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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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장혜영 의원입니다.
지금 국회에는 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이라는 역사적인 두 개의 법안이 심의되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이 두 가지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립니다.
이번 공청회를 비롯해 이 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대한민국 사회에 살아가는 모든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 정책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지가 결정됩니다.
저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대표발의한 의원이고, 탈시설지원법을 공동발의한 의원이며, 탈시설 발달장애인의 언니이기도 합니다.
저와 성별도 같고 나이도 한 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저의 동생은 오직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13살 무렵 시설로 보내져 서른이 될 때까지 그곳에 살았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돌봄이 오롯이 그 가족의 몫인 이 사회에서 크나큰 돌봄의 무게에 짓눌린 저희 부모님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심정으로 동생을 시설로 보냈습니다. 동생을 시설에 보내기 전까지 저희 어머니와 저는 동생의 그림자처럼 살았습니다. 동생이 시설에 보내진 후에도 언젠가는 부모님 대신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으로부터 저는 한시도 벗어나본 적이 없습니다.
동생은 그 곳에서 많은 인권침해를 겪고 문제아로 낙인찍히고 수많은 약물을 섭취하고 나중에는 퇴소를 종용받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최중증 장애인은 시설에서 환영받지 않는 존재입니다.
우리 사회가 나서서 장애인의 자유롭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않는 한, 그 가족인 저에게도 인간답고 자유로운 삶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시설장애인의 가족이었던 제가 동생의 탈시설을 돕고 탈시설을 법제화 하기 위해 정치에까지 뛰어든 이유입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돌봄은 여전히 장애당사자와 그 가족의 몫으로 전가되어 있습니다.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사망소식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곁에 여전히 국가가 없음을 드러내는 증거입니다.
이제는 국가가 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을 책임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몇몇 차별적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 전체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탈시설은 국가의 소중한 예산을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일에 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일에 쓰게 만드는 정책입니다.
탈시설은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시설을 두고 서로 대립할 이유가 없도록 처음부터 정부가 지역사회에서 모든 장애인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탈시설은 시설을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시설이 필요없는 사회를 만드는 정책입니다.
발달장애인으로서 제 동생이 겪어온 모든 고통과 저와 저희 가족이 장애인의 가족으로서 겪어온 모든 고통이 다시는 그 누구의 삶에서도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료 의원님 여러분께 간절히 말씀드립니다.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함께 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는 일에 마음을 모아주십시오. 장애를 가진 시민들과 그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굴레를 우리가 끊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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