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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삶의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나 자신입니다>
날짜 : 2021.11.26
발달장애인이 죽임당하고 이어 가족이 계속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피플퍼스트서울센터는 발달장애인이 자립하여 원하는 사람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라고 외치고 왔습니다.

아래의 글은 결의대회에 참석해 멋지고 당차게 국가가 아닌 내 삶을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외치고 온 경인의 발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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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는 박경인입니다.

저는 오늘 더 이상 발달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고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가족이 없이 여러 시설에서 살았고, 지금은 공동생활가정에서 탈시설해서 자립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탈시설을 하면서 누구의 도움이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나 홀로 모든 것을 준비해서 나왔습니다. 혼자 사는 것이 너무 버거워서 다 내려놓고 죽으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내 삶을 내가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일인지 잘 압니다. 그 뒤에 ‘내가 죽으면 내 장례는 누가 치러주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저는 ‘발달장애인을 국가가 책임져라’라고 말하는 발달장애인의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의 시위를 처음 봤을 때,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안에 경인이 엄마도 있었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국가가 발달장애인을 책임지는 게 아니라 내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에서 나를 책임진다는 건 나의 생활을 내가 어디서 할 수 있을지도 국가에게 그 결정권이 넘어가는 것입니다. 수많은 장애인거주시설이 바로, 국가가 나를 책임진답시고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런 국가에게 다시 나를 책임지라고 말하는 것이 저는 조금 망설여 집니다. 우리가 계속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고 활동지원을 24시간 해달라고도 했는데 들어주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시설에서 살 때 친한 언니가 죽었는데, 언니의 죽음을 숨기려고만 하고 언니의 납골당이 어딨지 물어봤는데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알아서 뭐하냐”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우리를 책임진답시고 만들어 놓은 시설에서 보이는 국가는 우리가 죽은 후에도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끝까지 예의있게 굴지도, 책임지지도 않았습니다. 나라에서 우리를 얼마나 끝까지 책임질까요.

나에게는 자기결정권이 있습니다. 나는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적은 시간이지만 받고 있는 활동지원, 다른 사람들의 조력과 응원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자립하여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졌을 때, 제가 저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스스로 삶을 꾸리고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죽는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더 이상 죽음으로 우리를 내몰지 말아주세요. 저는 그런 기사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부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맨날 맨날 장애인을 도와 준다고 기사는 나오는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건 없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세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줬으면 좋겠어요. 부모가 있는 사람도, 부모가 없는 사람도 필요한 만큼 지원을 받으며 살고 싶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회사도 다니고 친구랑 놀기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자꾸 우리에게 무언가를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잘하고 얼마나 잘 살 수 있는지는 우리가 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렇게 외치고 싶습니다. 정부는 내 말을, 우리의 말을 들어라!!! 들어라! 들어라! 들어라!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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